독파를 통해서 책을 느리게 음미하며 읽는 것이 좋았다. 아마 매일 조금씩 문장들을 곱씹으면서 오래오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며칠 바쁜 일이 있어 시작하지 못하던 '세게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오늘 펼쳤다. 그런데 이 책은 도저히 중간에서 멈출 수가 없었다.
2016년을 사는 중딩 은유와 만나진 못했지만 편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기적을 선물받은 엄마 은유의 이야기가 어제 만난 친구의 이야기를 생각나게 했다.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나오는 아이를 보는 안타까운 마음이 힘들까.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하는 아이를 보는 답답한 마음이 힘들까.
이런 고민들도 아이가 지금 내 앞에 있기에 할 수 있는 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곁에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은유와 은유의 편지를 통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눈물 콧물 쏟아내는 엄마를 보며 무슨 일이냐며 다가온 아들을 붙잡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나보다 훌쩍 큰 키에 기대어 엉엉 울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아마도 오늘 내 몫의 기적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