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네 통의 편지를 읽으라는 독파 미션을 따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다음 편지도 그 다음 편지도 또 그 다음 편지도 두 은유보다 내가 더 기다렸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 은유에게 감정 이입을 많이 하며 책을 읽었다. 과거 은유의 첫 편지에 나온 "읍니다"는 나의 국민학교 시절 받아쓰기의 단골 문제였고(발음과 표기가 달라서 자주 나왔던 것 같다) 신승훈과 015B의 노래는 자연스럽게 흥얼거릴 수 있었다. 첫 컴퓨터의 기쁨과 성수대교 붕괴나 IMF의 슬픔도 내 안에 고스란히 있었다.
생기발랄한 생명력을 가지고 나와 같은 경험을 하며 살았던 그녀이기에 진실을 알게 된 후 쓴 그녀의 마지막 편지가 안타깝고 아팠다. 마지막 두 통의 편지에서 작가가 "지금이야. 울어"라고 말하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네~ 저 지금 울어요"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왜 소설을 읽는지, 상상과 감정이 멋지게 맞물렸을 때 마음 안에 어떤 회오리가 일어나는지를 고스란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