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생활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른 경험이었다. 몸으로 하는 배움의 경험은 머리로 하는 공부만큼 짜릿했다.
엄마와 아빠는 내내 걱정했다. 두 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두 사람에게는 공포였다. 광희가 누나는 잘 있다고 얘기해도 내가 잘 지내고 있다고 이메일을 보내도 엄마와 아빠는 믿지 못했다. 농인의 세계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떄문이다.
농인은 고집이 세다고들 한다. 의심도 많고 남들이 하는 말을 쉽게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도 한다. 농인은 시각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 청인 역시 시각에 의존하지만 그보다 더 의존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