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해방이다. 죽으면 누구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엾은 노예는 죽을 때에야 비로소 행복과 불행, 갈망에 찬 삶, 지속되던 삶으로부터 자유를 얻는다. 죽음으로써 왕은 자신이 포기하려 하지 않았던 영토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숱한 연애를 했던 여인은 자랑스러워했던 성공으로부터 해방된다. 정복자는 그의 삶에 예정되어 있던 승리로부터 자유를 얻는다.그래서 죽음은 우리의 불쌍하고 우스꽝스러운 육체가 미처 몰랐던 호화로운 옷을 입혀 우리를 고귀하게 만든다. 설령 자유를 원하지 않았던 사람이더라도 죽음과 함께 자유를 얻는다. 설령 노예로 사는 쪽을 눈물로 원했더라도 죽으면 더이상 노예가 아니다. 왕위에 있을 뿐 인간 자체는 매우 보잘것없는 왕일지라도 단지 왕이기에 우월하듯이, 죽은 육신이 험악하게 변하더라도 죽음으로 자유를 얻기에 죽은 자는 우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