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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을 미루고만 있는 우리의 작품이 형편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예 시작하지도 않은 작품은 그보다 더 형편없다. 무엇인가를 만든다면 적어도 남아는 있게 된다. 초라하지만 그래도 존재한다. 다리를 저는 내 이웃의 정원에 놓인 하나뿐인 화분에 핀 조그마한 식물처럼. 그 화분은 내 이웃에게 기쁨을 주며, 때로는 나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내가 쓰는 글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의 글 덕분에 상처받은 슬픈 영혼이 잠시 시름을 잊을 수도 있으리라. 그것으로 충분하고, 혹시 충분하지 않다 해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인생사 모든 것이 다 그러하듯.
18.
(...) 커다란 야마잉 있었고 거창한 꿈도 있었다. 배달부 소년도 여자 재봉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꿈은 누구에게나 있으므로 차이가 있다면 꿈을 이루는 능력이나 꿈을 성취하는 운명일 것이다.
24.
(...) 이층 식당에 식사하러 갔는데 평소만큼 먹거나 마실 수가 없었다. 식당을 나서려는데 내가 포도주를 반병가량 남겼음을 알아차린 종업원이 내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소아르스 씨,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그 간단한 인사말에 깃든 음악 소리 같은 느낌이 마치 먹구름을 걷어가는 바람처럼 내 영혼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