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 송아지의 장례식을 마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던 일은, 염원했던 젖 짜기였다. 사산을 했어도 어미소의 젖은 매일 짜줘야만 했다. 학생들은 짠 젖을 급식 시간에 데워 마셨다. 즐거웠어야 할 이 젖 짜기와 급식은 본래 기대했던 바와는 달랐다. 그것은 이들이 이 '상'중에 쓴 시와 글에 여실히 나타났다.
'쟈쟈쟈
기분좋은 소릴 내며
오늘도 젖을 짠다
슬프지만 젖을 짠다'
기분은 좋지만 슬프다는, 슬프지만 우유는 맛있다는, 이 복잡한 감정을 알게 된 걸 성장이 아니면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창작을 하며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상'에 집착하며 홀리게 된 출발점은 틀림없이 여기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