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후기를 남기는 오늘, 비가 내린다.
비내리는 날에 레이디 김윤자씨는 주로 어디에 있었을까, 비를 피하는 공간이라고 나는 생각하겠지만, 김윤자씨는 비오는 날에 머물기 적당한 공간이라고 표현할 것 같다. 가령 빗소리가 시끄럽거나 거슬리지 않고 더 좋다는 이유이거나, 비오는 날의 축축하고 습한 공기가 주변의 사물들과 어울러져 어떤 특정 냄새가 나는데 그것이 마음에 든다거나와 같은.. 그런 이유로. 나는 김윤자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신중호 피디가 그랬듯 나도 뭐라 말할 수 없이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여러번 느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김윤자씨와 마주앉아, 천천히 음식을 씹는 김윤자씨와 마주앉아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낮지만 발음이 또렷하고 낭랑한 음성과, 꺄르르 웃는 소리와, 말하면서 눈을 감고 음미하듯이 바뀌는 그 표정을 마주 대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나는 김윤자씨의 친구가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김윤자씨의 삶과 죽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수는 없다. 다만 레이디 김윤자씨의 삶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읽는 내내 많이 와 닿았다. 나는 시시각각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의 삶을 대하고 있는지를 찬찬히 여러번 생각해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디 맥도날드는 정말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