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쌓지 못했다. 그래서 패배했다.”
‘운’은 타고 난 거고, 쌓는 건 ‘덕’ 아니었던가? 심상치 않던 첫 문장은 책을 다 읽고나서야 납득이 되었다. 운은 거저 주어진 게 아니란 걸 말이다. 김윤자씨는 ‘거리’에서 교회와 패스트푸드점 그리고 커피 전문점을 오가는 일을 매일같이 반복하며 자신의 삶을 성실히 살았다. 그분의 너무나도 고급진 취향의 기준을 함부로 나무랄 수 있을까. 그래서 ‘담배와 위스키 한 잔’이라는 소확행을 고집하며 스스로 노숙자의 삶을 택한 영화 <소공녀> 속 ‘미소’가 생각났던 거다. 따뜻한 밥을 함께 먹으며 얘기 나눌 ‘친구’를 죽기 전까지 간절히 원했던 김윤자씨의 마지막 소원은 사실 이뤄졌으니 결국 ‘패배’한 게 아니라고 속삭여 드리고 싶다… 2013년에 사망하신 ‘권하자’씨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