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자들과 악한 자들의 집단을 반으로 싹둑 갈라 울타리 양쪽에 세워둘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 평범한 인간들이 존재할 따름이며, 이런저런 상황이 졸지에 그들을 꽁꽁 얼어붙게 하거나 미친 듯한 열광에 빠뜨릴 수도 있다. 오늘 고문당하는 사람이라도 상황이 바뀌기 무섭게 고문자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고, 어제 천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전능한 형리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불의에 항의한다. 사람들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온전한 방종을 허용해보라. 순식간에 대다수가 권리를 후안무치하게 오용하고 남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