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맥도날드 p292
계속해서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잠시 앉기도 했다. 눈을 치우던 환경미화원이 그녀를 발견하기 한 시간 전쯤에 김윤자는 그 벤치에 앉았다. 아르데코풍으로 만들어진 검은색 철제 의자의 곡선에 눈이 내려앉은 게 마음에 들어서 손으로 자리의 눈을 쓱쓱 치우고 잠시 앉았던 것이다. 김윤자의 얼굴에 남은 미소는 그녀가 얼마나 평화로운 죽음을 맞았는지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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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션 '김윤자씨에게 하고 싶은 질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즉각적으로는 내가 그녀와 나누고 싶은 것들을 떠올렸고, 퇴근길에는 그녀(또는 나)가 지금 행복한지를 질문했고, 이제는 묻고 싶은 것 조차 없어졌다. 그냥 말없이 오래 옆에 앉아 있는 것이다. 물을 필요도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이.
독파를 시작할 때,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라는 미션도 있었다. 그동안 어떤 죽음(또는 어떤 삶)을 생각하기보다, 막연히 그냥 끝내고 싶다라는 생각만 하고 살았던 것 같다.
김윤자씨, 부럽네요. 운을 쌓지 못했지만, 당신의 삶을 살았고 또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맺으셨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