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풀뿌리를 조심스레 들췄다. 잎사귀는 모조리 떨어지고 줄기도 시들었는데, 뿌리만은 땅 밑에서 생생히 월동하고 있었다. 잔뿌리를 사방으로 뻗치고 번지고 엉켜가며, 살아 있었다. 언땅에 뿌리내린 그 풀들을 할머니는 '숙근'이라 불렀다. 누가 남은 씨를 밭가에 던져두고 간 모양인데 그게 저 혼자 뿌리내려 용케도 겨울을 버틴 모양이라고. 그녀는 갸륵해했다.
죽은 것처럼 봬도 이렇게 다 살아 있잖아.
김선애
2024.06.27 월할머니가 풀뿌리를 조심스레 들췄다. 잎사귀는 모조리 떨어지고 줄기도 시들었는데, 뿌리만은 땅 밑에서 생생히 월동하고 있었다. 잔뿌리를 사방으로 뻗치고 번지고 엉켜가며, 살아 있었다. 언땅에 뿌리내린 그 풀들을 할머니는 '숙근'이라 불렀다. 누가 남은 씨를 밭가에 던져두고 간 모양인데 그게 저 혼자 뿌리내려 용케도 겨울을 버틴 모양이라고. 그녀는 갸륵해했다.
죽은 것처럼 봬도 이렇게 다 살아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