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유명한 헤밍웨이의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앞부분에선 집중이 좀 안됐으나 헨리와 전우들이 부상을 당하는 장면에서는 너무 실감이 나서 정신이 번쩍 났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고 나 자신이 내 몸안에서 밖으로, 밖으로, 또 밖으로 떨어져나가는 느낌, 바람에 한꺼번에 휩쓸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
이 부분이었는데, 나는 이 부분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했다.
캐서린과 헨리는 사랑을 하고, 아이를 갖는다.
캐서린은 전쟁 통에 연인을 다시 전선으로 보내야한다. 그에게 조금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하는 모습이 애달팠다.
'누구나 아이를 가져요. 모두가 아이를 갖는다고요.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부부는 아이를 함께 낳고 키운다. 그 당연한 일을 캐서린은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는 것이다.
저런 상황에서 나라면 아이를 갖지 않았을텐데.
젊은 여인은 도리어 전쟁 중이기에 더욱 절박하게 그들의 아이를 잉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탈영 끝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결국 아기와도 자신들도 긴 작별을 하고 만다.
"나는 죽을 거예요."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아요. 이건 비열한 장난일 뿐이에요."
죽음을 앞 둔 캐서린의 마지막 말에 헨리는 멋지고 용감하다고 말해준다.
그들은 그렇게 작별한다.
딱 맞는 표현을 찾을 때까지 마흔일곱 번 고쳐썼다는 결말을 여러 번에 걸쳐 읽어보았다.
자신의 아이를 가진, 아이 어머니가 될 순간에 죽은 사랑하는 여자가 조각상처럼 차게 식어버린 장면은
전쟁의 비정함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