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작품을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읽지 않았어도 익히 헤밍웨이는 자신이 겪은 일을 허구로 엮어내는 능력에 탁월하며, 작품 속에는 하드보일드한 문체에, 허무주의를 드러낸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소설을 다 읽었을 때는 유명한 그의 작가론에 모두 입각한 작품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제1차 세계대전에, 익숙하지 않은 장소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몰입하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모든 지명의 배경이 굉장히 세세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마치 내가 그 일을 겪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몰입 속에서 주인공인 프레데릭 헨리는 여러 입장에서 중립을 지킨다. 전쟁에 대해 비관적이면서도 진취적인 자세를 갖으며, 자신이 처한 위험을 담담하게 묘사하던 그는 캐서린과 사랑에 빠지면서 점차 변하게 된다.
헨리가 캐서린을 정말 깊이 사랑하게 되면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가 잘 느껴졌다. 처음에는 전쟁에 대한 실의와 허무를 욕정으로 채워넣으려고 하는 것에 불과하던 것이 점점 사랑하는 이에 대한 배려와 존중, 애정으로 변화한다. 앞에서는 캐서린을 마치 어떻게 다루어도 상관없는 여자처럼 여기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캐서린의 빈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없는 유일한 자리가 되어간다. 물론… 두 사람이 너무 깊이 사랑한 나머지, 그들의 열정적인 대화를 엿보는 나는 커플 사이에 낀 행인 같아서 머쓱했으나 그럭저럭 괜찮았다…^^
전쟁에 대한 시선과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어서 여러 번 곱씹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