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230쪽) 나는 신성이니 영광이니 희생이니 하는 말과 헛되다는 표현을 들을 때마다 늘 곤혹스러웠다. 그런 말들은 떄로는 고함을 질러야 겨우 들릴 정도로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빗속에서 들었고, 포고문 위에 겹겹이 덧붙여놓은 포고문들에서도 아주 오랫동안 읽어왔지만, 나는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영광스럽다고 하는 것들에는 영광이 없었으며, 희생은 고깃덩어리를 땅속에 파묻는 것 말고는 할일이 없는 시카고 도축장에서 벌어지는 살육이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