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까지도 학원이나 집에서 언니 이름으로 불렸던 일은 그러러니 할 정도였지요. 엄마가 시킨 집안일은 온전이 제 몫이기도 했죠. 그런 것보다 더 소외감을 느끼게 했던 건, 까칠한 언니에게는 말 못하고 쌓인 엄마의 감정이 저에게 폭발할 때였어요. 공부잘하는 언니의 아무런 터치도 없었던 고등학생 시절에 비하면 저는 엄마의 '친구같은 딸'이면서 시킨 집안일에 공부까지 해야 했으니까요. 어쩌다 시킨 일을 까먹으면 '집에 있으면서 돕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고요. 지금도 '친구같은'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어머니의 감정 쓰레기통이었다고 생각해요. 정말 '친구'같은 딸이었으면, 제가 힘들 때 제 이야기도 들어주셨겠죠. '그런 말 한 적 없다', '니 기억이 다 옳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같은 말은 안 하셨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