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너무도 오랫동안 나의 내부만을 들여다보았다. 몇 년간을 한자리에 꼼짝 않고 주저앉아서 썩어가는 웅덩이만을 들여다보았다. 때로는 그 썩은 웅덩이 위로 푸른 하늘 한 점이 맑게 비치고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도 보였지만 그건 언제나 붙잡을 수 없는 허깨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잡으려고 손을 뻗치지도 않았다. 나는 한자리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오직 썩은 웅덩이 하나만을 바라보면서 미동도 하지 않는 귀신 꼴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이 자리를 뜨고 싶다. 눈길을 돌리고서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다. 너무 오랫동안 주저앉아 있어서 뻣뻣하게 굳은 다리를 펴고서 다른 곳을 향해 걸어가고 싶다. 움직이고 싶다. 다른 많은 것을 보고 싶다. 내가 아닌 다른 아름다운 것들을. 썩은 웅덩이로부터 눈을 들어올리기만 하면 저 들판과 길에 나도는 수많은 아름다운 것이 내 눈의 수정체 속으로 헤엄쳐 들어오고 어느 순간 나는 엉덩이를 탈탈 털고 일어나 걷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지금 그 순간을 꿈꾸고 있다. 내가 첫발을 떼어놓는 그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