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노릇 딸 노릇> p130
딸은 그냥 딸이다. 딸 노릇을 해야 할 의무는 사실 어디에도 없다. 효 사상이 강한 유교 사회는 늘 어른의 입장만을 강조하고 자식에게 죄책감을 주입했다. 부모야 그들이 원했고 선택해서 부모가 되었으니 부모 노릇을 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자식은 스스로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닐뿐더러 성별 역시 고른 적 없다. 아들은 이래야 한다, 딸은 이래야 한다, 딸이 둘인 집에는 든든한 '아들 노릇'을 하는 딸이 있어야 한다, 아들이 둘인 집에는 하나가 살가운 '딸 노릇'을 해서 부모의 서운함을 메워야 한 다……… 처음부터끝까지, 다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