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엘리자베스 1세에게 바쳐졌던 동명의 시에서 '무기여 잘 있거라'는 제목이 왔다는 설을 좋아합니다. 늙은 기사가 더 이상 자신의 사랑을 위해 싸울 수 없다는 슬픔과 여전히 깊은 사랑을 노래하는 내용입니다.
'그의 투구는 이제 벌집으로 쓰이리라;
사랑시 대신 성경의 시편을 읊으며
군인이었던 자는 이제 무릎을 꿇고
기도로 살아가리라'
전장을 벗어난 군인은 (전장에서도 그리했지만) 무력한 존재입니다. 찾아오는 죽음을 칼로 베어낼 수도 차분히 맞이할 수도 없지요. 다만 기도하며 바랄 뿐입니다. 부디 나와 당신이 계속 행복할 수 있기를.
내 소중한 사람들과 살아가는 소중한 공간을 생각하며 문득 두려워집니다. 어느 순간에도 사라질 수 있는 평온이니까요.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언론에 뜬 사고소식을 볼 때, 도로를 주파하는 응급차를 볼 때면 매번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불안을 억누르고 기도할 수밖에요. 오늘도 우리가 무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