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한 시대의 비판적 정신 자체가 그 비판의 근거를, 논리적 정당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려는 노력과 수고 없이, 명분만을 등에 업고 일방적으로 두드려 부숨으로써 오히려 흑백논리까지 넘어선 무비판적 정신에 기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논리적인 정당성과 근거를 제시하는 수고 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외치는 무반성적인 폭력적 비판 정신이란 근본적으로는, 그렇게 하도록까지 만든 외부적 압력 구조로부터 가해지는 폭력과 똑같이 강압적이고 일방적이며 권위주의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그것은 막말로 하자면 노상강도의 폭력과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