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들어서 시는 요란한 양적 팽창을 보이면서 동시에 과격한 질적 변화를 드러내보였다. 과격한 질적 변화 중 가장 뚜렷이 드러나는 것은 시적 표현의 폭력화 현상이다. 그러나 그러한 현상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찬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할 지라도, 시라는 장르의 성격상 그것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문학 장르 중에서 가장 비논리적이며 가장 예언적이라 할 수 있는 시가, 한 시대, 한 사회 전체에 내재해 있는 폭력적 경향들을 기존 형식의 무자비한 파괴와 폭력적 시어들 자체로 은연중에 드러낸다고 설명할 수 있으며, 또한 그것이 시의 본령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