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어떤 이상한, 순수한 아름다움에 끌려 계획했던 나의 고독 연습은 결국 선생님과 반 친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감도 있지만 그 의식적인 고독 만들기를 통해 고독이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유년기의 이 의식적인 고독 연습은 오래 계속되지 않았다. 그 조금 후에 나는 서울 국민학교로 전학하여 낯선 학교, 낯선 아이들 속에서 실제로 외로움을 타기 시작했고, 이 세계 속에서 독립된 개체로 성장해가면서 한 인간이 그의 삶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고독을 '실제로' 겪기 시작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