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남녀 간의 정신적인 순수한 사랑에 눈떴다는 게 내가 이 책을 읽고 얻은 소득의 전부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보다 더 큰 게 있었다. 그것은 고독과의 의식적인 첫 만남이었다. 그 이전에도 고독이라는 단어를 읽었는지 어쨌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그 책 속에서 나는 고독이라는 이상한 단어와 마주치게 되었던 것이다.
그 뜻을 제대로 알 리가 없었겠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내 나름의 느낌으로 그것이 쓸쓸하다, 외롭다 등의 느낌과 어떤 연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글 속에서 사용되는 그 어휘의 쓰임새로 보아 고독이란 어떤 아름다움, 품위를 간직하고 있는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