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맥도날드 p116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몸과 마음이 부르르 떨리면서 녹아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 년어치의 땀과 때, 피로와 긴장, 나쁜 기운, 먼지와 노폐물, 부정과 불신, 스트레스와 경직도 녹아버릴 것이다. 그렇게 모두와 함께 죽는다.
그러고는 다시 태어난다. 나 혼자.
그리고 죽는 것이다.
깨끗하게 다시 태어나 깨끗하게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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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으로 신경과 진료를 받을 때, 과장님은 항상 '그로기 선생 오셨네'로 나를 맞아 주셨었다.
항상 넉다운 일보 직전까지 일과 스트레스에 찌든 내 모습을 존경하는 과장님께 들킨것이 부끄럽다.
그때마다 온천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답답해서 실제 목욕하는 걸 즐기지 않지만, 상상속에서는 조립인형처럼 내 부분들을 하나하나 해체해 따뜻한 온천물에 푹 담갔다 빼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찌든 때를 제거한 몸을 정성스럽게 다시 조립한다.
그리고 다시 전쟁터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