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입은 사람들의 입장은 더없이 슬프지만 문상객인 내 입장에서는 별로 서러울 것도 없고, 다만 삶의 행간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죽음의 그림자를 곁눈질로 살피면서 짧은 한순간, 삶은 무엇이며 죽음은 무엇인가 따위의 침울한 생각에 빠지는 것뿐이었다. 병풍 하나로 죽음을 온전히 가리고 그 앞에서 이야기하고 술 마시고 고스톱을 치는 그러한 풍경들이 하나도 불경스러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우리 삶에 편안하게 만들어진, 지혜로운 죽음의 예식인 듯한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죽음 앞에서도 인간은 항시 삶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어야 편안한 것인가. 아니 어쩌면 죽음까지도 삶의 일부이며, 삶의 지장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