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잘생긴 남학생과는 눈인사만 하고 헤어졌을 뿐인데, 후에 나는 선배를 통해 그 학생이 분신자살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충격이었다.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나와는 전혀 무관한 한 젊은이의 죽음 소식에 나는 착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피붙이들의 죽음을 접했을 때처럼 슬프지도 않았고, 내가 느낀 것은 슬픔이라기보다는 근원이 어딘지도 모를 둔하고 무딘 어떤 미미한 통증일 뿐이었다. 그 청년의 사회적 죽음은 결코 옳다고 보이진 않았고, 분명 잘못 선택한 죽음이었다. 그러나 그는 왜 잘못 선택했을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잘못 선택하게 만들었겠는가 하는 생각들이 오랫동안 내 의식의 언저리를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