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수히 떠나고 무수히 되돌아오면서 많은 시간을, 그것도 대부분 괴로움과 불행의 시간을 바침으로써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어쩌면, 행복이란 별도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불행이 없는 것이 행복이라는, 조금은 쓴, 그러나 넉넉한 인식뿐일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인간은 상처투성이의 삶을 통해 상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모순의 별 아래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상처 없는 삶과 상처투성이의 삶. 꿈과 상처.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일상을 더욱 굳건하게 받쳐주는 원리, 한 몸뚱이에 두 개의 얼굴이 달린 아누스의 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