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자는 그 여자들이 자기보다 잘나지 못했다는 데서 위안을 받았다. 그래야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김윤자 같은 부류의 여자는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 여자들이 감히 알지 못하는, 그리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세계의 일원이라는 데 은밀한 기쁨을 느꼈다. 영어와 일어와 불어로 된 소설을 구해서 읽는 일 같은 것들. 자기 전 이불에 누워 나보코프는 영어로, 카뮈는 불어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일어로 읽으며 행복감에 젖었다. 또 작은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아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이나 물건을 사 모으고, 아는 사람들만 아는 영화를 보러 가는 그런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