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04
"재능이 없는 것 같기도 해. 레벨 업을 해야 하는 순간에 레벨업을 못하고 있달까? 게다가 세상엔 디제이가 너무 많지. 뛰어난 사람들 한줌은 이미 다 자기 자리를 찾았고 굳이 나까지...... 어쩌면 이것도 스쳐가는 직업일지도 몰라. 여러 일을 거쳤거든. 나 좀 꾸준한 데가 없어서."
"그렇게 말하지 마. 네가 열려 있는 사람이라 변황도 적극적인 거겠지. 나, 너 처음 봤을 때부터 확 느꼈는데. 열려 있는 사람이란 거. 튼튼하게 활짝 열리는 창문이나 공기가 잘 통하는 집처럼."
그래서 친해지고 싶었다고 체이스가 말했으므로 지수는 자신에게 잠시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
p.280
여전히 깨닫지 못한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날은 바람 한 줄기만 불어도 태어나길 잘했다 싶고, 어떤 날은 묵은 괴로움 때문에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싶스니다. 그러나 인간만이 그런 고민을 하겠지요. 철쭉은 그런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을 겁니다. 오로지 빛에만 집중하는 상태에 있지 않을까,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철쭉의 마음을 짐작해봅니다. 바깥의 빛이 있고 안의 빛이 있을 터입니다.
밤 산책에서 또 근사한 것을 발견하면 꼭 전하겠습니다.
p.297
마지막으로 엄마가 우는 걸 보았을 때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고, 그때의 엄마는 밥을 먹다가도 울고 머리를 감다가도 울어서 무서웠었다. 부모가 우는 걸 보는 것은 정말로 무섭지. 어른들이 유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로 무서워...... 그 생각을 하다가 화수와 우윤을 보니 둘 다 비슷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듯했다.
말해지지 않는 것들로 우리는 연결되어 있지. 이럴 때는 무척 가족 같군. 세 사람은 그렇게 눈빛을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