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자 이상이라니...
과연 완독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내용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강의 자체가 마치 문학작품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꼼꼼하게 읽지 않으면 금방 끈을 놓치기 일쑤였다. 중간 중간 이해를 할 수는 없지만 기억에 남아서 그 말을 자꾸 자꾸 되씹게 만드는 내용도 있었다. 마치 화두처럼. 책을 읽을 때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라곤 없었다. 늘 무언가 미해결 과제로 나겨지는 것들이 있었고, 특히나 특별한 읽기 훈련이 필요해 보이는 문학작품을 안내하는 이 책을 접하면서 100개 중에 한 두개 정도 얻어들은 듯한 허망한 느낌이 들어 과연 완독인가, 말하는 것이다.
대단히 추상적인 것을 알아듣는 것은 지난한 과정을 겪을 것이지만, 설렘이 있다면, 지속할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아직 설렌다.
2년 전 쯤 사놓고 읽지 못하던 것을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읽으면서 성실하게 '상식적'으로 읽어나갔지만, 2년 전에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과 설렘, 영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이제 다시 2년 전 쯤의 그 설렘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차근차근 잘근잘근 읽어나갈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 중 없는 책을 구입하려고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던 과제를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맨스필드 파크>>,<<황폐한 집>>이 그러하고, 사춘기 시절 읽었던 <<보봐리 부인>>,대학 초년생 때 읽었던 <<변신>>을 다시 읽을 것이며, 전집을 모으고 있는 중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에서 <<스완네 집 쪽으로>>는 다시 읽으며 나보코프의 가이드를 거부하면서 나만의 읽기를 할 것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는 한 번도 제대로 읽었다는 독후감을 접해본 적이 없는 악명 높은 책이라 근접하지도 않았는데, 조금 용기가 생기는 것도 같다. 마지막 한마디 (교장선생님의 마지막으로, 끝으로, 결론적으로...가 연상되는 소제목)에서 영감을 얻지 못한다면, 설렘이 없다면 읽지마라던 말은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무슨 책이든 크고 작게 영감과 설렘을 준다. 그 강도가 다를 뿐.
좋은 독자와 좋은 작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었고 '형식적으로' 완독을 한 지금 그 답을 조금은 알 듯도 하다. 물론, 나보코프가 쳐 놓은 그물에 대한 답이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것은 읽는 중간 꽤 많은 빈도로 번역이 좀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 번역이 아쉽다는 말은 지시어가 명확하지 않은 문장들이 종종 눈에 띄어 내용의 어려움과는 다르게 자꾸 반복해서 읽어야만 했던 불편함이 있었다. 초판이 2019년에 나왔던데 새로 다듬을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
애초에 이 책을 편집했던 편집자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원고 쪼가리들, 문서 쪼가리들로 이런 비교적 완결된 구조의 책을 만들어 냈다는 자체가....
또, 나보코프의 강의를 기반으로 만들어져서 그런가, 부록의 시험문제를 덧붙인 것이 재밌었다. 실제로 해당 작품을 읽고 시험문제를 풀어보고픈 생각도 든다. 직업이 교사라서 그런가 이런 강의, 평가로 이뤄진 강좌의 구조를 가진 책들이 문학 입문서 같기도 하고 학교가 연상이 되어 재밌었다. 어떻게 채점을 할 것인가도 상상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더 공들여 읽어야 할 과제가 남았을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