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샤 세이건'의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를 <독파> 챌린지를 통해 읽어보게 되었다.
사샤 세이건은... 그렇다.
읽어보지는 않았더라도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그 유명한 책 '코스모스'.
그 '코스모스'의 저자이자 미국의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의 딸이다.
아버지는 우주와 같이 광활한 세계를 이야기했다면
딸인 그녀는 그 광활한 세계의 작은 공간에서 잠시 살다가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과학자였던 아버지에게서 사고하는 방식에 대한 영향을 받은 국문학 전공의 딸.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같은 시간의 흐름과 태어남, 성년, 결혼, 섹스, 죽음과 같은 인생의 흐름,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이벤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대교를 믿진 않지만 본인의 정체성을 유대인으로 생각하는 그녀답게
종교에 대해 독실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욱 날카롭게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예전에 민속박물관에서 진행했던 온라인 특강을 본 적이 있었다.
시간과 공간으로 이루어진 자연과 우리는 얼마나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중 일 년을 24절기로 나누어 그에 맞는 행사를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해마다 기념하는 의미의 날에는 '절'을 붙인다고 설명하셨다.
예를 들면 '3.1절'이나 '광복절' 같이.
'3.1절'이나 '광복절'이 절기와 같은 의미로 매년 기념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라는 걸 알고 뭉클했다.
사샤 세이건은 이 책에서 그런 식으로 자신만의 그런 '절기'를 만들어 나간다.
어렸을 땐 엄마와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골판지와 종이 등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오리고 만들어본다던지
택시 운전사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신(!)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은 끝에
하루의 끝엔 부부가 함께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든지 하는 것이 그렇다.
그녀는 하루하루의 삶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아니 무엇보다도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며 기적이라 말한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일단 부모님이 존재해야 하고, 그 부모님이 만나서 결혼을 해야 한다.
그 부모님을 존재시키기 위해 각각의 조부모님이 계셔야 하고
그 각각의 조부모님들도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나 하나를 이 세상에 탄생시키기 위해 긴 세월을 통해 많은 조건들이 준비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태어난 존재들이고, 그렇게 존재하는 자체만으로도 축복받은 존재라고 그녀는 말한다.
이 책을 통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여러 생각들을 알 수 있었는데, 공감이 가는 내용들도 있고,
조금 갸웃하게 되는 것도 있었다.
그녀의 여러 가지 사고방식은 굉장히 합리적이고 건강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유독 그녀가 결혼식에서 보이는 모습만은 공감이 안되더라.
그녀도 인간인지라 어느 정도의 허영심 같은 것이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혼식에 너무나도 거창하고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는 그녀를 보면서 조금 웃었다.
다른 문장들에서 받았던 느낌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어서 신선했고, 그래서 오히려 매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섹스'를 다루는 단원에서는 열렬히 구애를 하고 차이는 수컷 새들에 대한 예시까지 들며
망가진 자신을 가감 없이 내보이기도 해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얘기할 건 없잖아!
'우주는 막대하고, 우리 인간은 궁벽한 곳에 있는 작은 행성에서
눈 한 번 깜빡할 순간 동안을 살아가는 아주 작은 존재'이지만
'우리처럼 작은 존재가 이 광대함을 견디는 방법은 오직 사랑뿐'이라고 말하는 그녀.
그래, 역시 답은 사랑이겠지.
하지만 나는 그녀와는 달리 극단적인 유심론자여서 나 자신이 곧 하나의 우주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내가 죽으면 하나의 우주도 같이 끝나는 거라고.
그러니 나도 매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즐기고 내 곁의 사람들을 사랑해야겠다.
그것만이 다른 사람이 품고 있는 우주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서로 서로의 우주를 나누는 그만큼 나는 조금씩 더 오래오래 이 세계에 남을 테니까.
이 책은 굉장히 술술 읽히는 책이다.
그녀의 글솜씨가 좋기도 하겠지만 일단 내용이 좋다.
여러 가지로 많이 공감하기도 하고 깨달아가기도 하면서 읽었다.
그녀가 부모님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겠지만,
자신만의 생각을 지금보다 더욱 많이 채워서 다른 책으로 또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