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을 보고 뒷걸음치는 크루소[빛을 받아 프리즘처럼 무지개빛을 띤 양산 아래에서 미소 짓는 에마, 죽음을 향해 가면서 길가에 늘어선 상점 간판들을 읽는 안나], 이런 것이 전설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며, 이 순간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영원히 각인되어 있다. 다른 것들은 우리가 잊어버릴 수도 있지만...... 작가의 말이 독창적이고 진실하다 해도 독자의 머릿속에서 잊힐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에 최종적인 진실의 [예술적인] 표식을 찍고, 우리 마음을 [예술적인] 즐거움으로 단번에 가득 채위주는 이런 획기적인 장면들을 우리는 마음 한복판으로 받아들인다. 세월도 시대의 조류도 그 표식을 지워버리거나 흐릿하게 만들 수 없다.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문학에서 창조자가 자유로이 모양을 잡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부분이다. 작가는 이런 부분에서 독자에게는 무척 놀랍게 느껴질 모종의 행동이나 태도를 통해 등장인물의 성격, 생각, 감정을 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