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장면들은 기억 자체에서 나오는 매력, 오감을
통해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나오는 매력을
필연적으로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내가 알던 현실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가 알던 장소들은 우리가 편의를 위해 지도에 표시한 그 작은 공간에만 속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당시
우리 삶을 구성하던 연속적인 인상들 사이의 얄팍한 한
층에 불과하고, 어느 특정한 형태에 관한 기억은 어느
특정한 순간에 대한 미련일 뿐이다. 집도 길도 대로도
모두, 슬프게도, 세월과 똑같은 도망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