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 감정에 관한 것이다. 코끝과 귀가 빨갛게 어는 겨울 현관문을 열었을 때 집안의 온기. 같이 사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가 뜨끈한 손으로 두 귀를 꼭 감싸주는 것. 버스에서 나도 모르게 옆 사람 어깨에 기대어 졸 때 손 등으로 차양을 만들어 빛에 눈이 찔리지 않도록 가려주는 것. 내가 들어간 가게에서 내가 필요해 고른 물건을 당연하다는 듯 계산하고 봉투까지 드는 사람. 우산을 쓰면 한 팔로 어깨를 감싸 안고서 춥겠다며 손으로 팔을 쓸어주는 것. 바위에 걸터 앉을 때 두꺼운 책을 깔아주는 것. 아무렇지 않은 다정함이 습격한다. P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