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자는 이렇게 빨리 버려질 줄 몰랐다. 창고지기 일이 끝나서 아쉬웠다. 가끔 외롭고 괴로운 기분에 압도되긴 했지만, 대체로는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낮에는 칼리파와 이야기하거나,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칼리파의 말에 귀기울이며 창고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기름등잔의 황금색 빛과 그 모든 상품이 뿜어내는 곰팡내며 묘한 열기 속에 조용히 잠들고…… 덕분에 함자는 쉬면서 생각하고, 인생에 침착함을 들여올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덕분에 수많은 후회와 슬픔을 넘어서 다시 살 수 있었다. 그런 후회와 슬픔은 어쨌든 함자와 함께 머물 것이며, 아마 절대로 해결되지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