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채로우면서도 몹시 재밌는 스케치들을 넘겨보다가 어떤 그림 하나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나를 그린 그림이었다. 손에 턱을 괴고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탁자에 앉아 있는 내 모습. 그가 그 순간을 언제 포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잠시 멈추게 한 건 단순히 그가 나를 그렸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나를 그린 방식 때문이었다. 세심하고, 감성적인 선들, 포착된 그 조용한 순간 때문이었다.
너무나 친밀하고, 너무나 세심했다. 정말••••• 잘 아는 것처럼. 작은 미소가 커다랗게 번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