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나가 말하길, 잔지바르의 바닷가에 살던 어린 시절, 11월이나12월 즈음이 되면 사우디아라비아, 페르시아만, 인도, 심지어 태국에서온 커다란 배들 수십 척이 부두에 모여 있는 광경을 자기 방에서도 볼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는 자신이 더 큰 세상의 일부에 불과한 존재라는 사실, 모두가 문화적·역사적 공동체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다고 말하며, 바로 이런 의미에서 바닷가에서 속 지배적인 내러티브는 바로 무심이라고 밝힌다. 무심은 소설을 탄생시킨 대전제 조건인 것이다.
물론 이런 환경이 마냥 낭만과 신비로 가득했을 리는 없다. 구르나는 잔지바르 사람들에게 무심 교역이 어떤 의미였는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요약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물건과 신과 자신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신들의 이야기와 노래와 기도를 함께 들고 왔고, 그 지식을 흘낏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들인 노력의 정수를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굶주림과 탐욕, 자신들의 환상과 거짓말과 증오를 가져와서 그것들 중 일부는 평생 그곳에 내버려두있고, 자신들이 사들이고 거래하거나 앗아갈 수 있는 것들은 가져갔는데,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사거나 납치해서 고국에 노예로 팔아먹었다˝
399 황유찬 역자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