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도에게 말을 건다. 그러면 가끔 그것들이 내게 뭐라고 대답해준다. 이것은 생각만큼 이상한 일이 아니며, 전례가 없는 일도 아니다. 지도가 있기 전에 세상은 무한했다. 세상에 형상을 부여하고 그것을 어떤 영역처럼, 단지 파괴되고 약탈당하는 것이 아닌 소유할 수 있는 무언가처럼 보이게 만든 것은 바로 지도였다. 지도는 상상력의 끄트머리에 있던 장소들을 손으로 쥘 수 있고 특정 자리에 위치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이게끔 만들어주었다. (6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