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이 침묵을 깨고 물었다.
작별인사만 하지 않는 거야, 정말 작별하지 않는 거야?
...
완성되지 않는 거야, 작별이?
...
미루는 거야, 작별을? 기한 없이?
p.192~193
특별히 소설 제목이라서가 아니라, 하나의 문장에 대해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상의 의미를 따져 보는 작업을 항상 좋아한다. 이승우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도 거기 있을 것이고, 김훈의 소설에 대해서도 미소지니적이라 받아들여지는 세계관을 제하고도 좋아하는 부분이 거기에 있지. '작가의 말'을 보자면 말하자면 가장 일반적인 의미로 작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그러니까, '정말 작별하지 않는 거')에 해당하는 듯하지만, 다 읽고 나면 '작별하지 않는'이라는 행위에 대해서만도 그리 쉬운 것이 아니겠거니, 그리 쉽게 판단할 거리는 아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러니까, 작별만 하지 않은 상태가 오빠를 죽었다고 판단하지 않는 상태, 외삼촌의 흔적을 찾아 가는 인선의 행위들은 작별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 기한 없이는 아니지만 문민정부가 들어오기 전까지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것이 기한 없이 미루는 상태라거나 하는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