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산의 책들이 많이 발간되고 있는 듯 하다. 이전에 다산의 마지막 공부라는 책을 읽었는데 몇번을 시도하다 내용이 어려워 결국 완독을 하지 못하고 포기한 적이 있었다. 특히 옛 학문과 연관된 책들을 보다보면 잘 알지 못하는 한문을 보다가 결국 포기하기가 일쑤였는데 이번 챌린지는 다산과 제자에 관한 내용이 마음을 끌어 신청을 하였다. 그 때만 해도 페이지 수에 대한 압박은 없었는데 막상 책이 집에 오고 보니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최근 본 책 중 가장 두껍고 중간 중간에 나오는 한시를 보니 과연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싶어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한시의 해석도 잘 되어 있고 해석 뒤에 자세한 해설까지 실려 있어 내용을 읽는데 무리는 없었다. 17년간의 귀양 생활에서 다산은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있어 진심을 다했고 자녀에게도 항상 편지를 통해 먼거리나마 아비의 마음을 전하고 교육하고자 하였으며(그러고 보니 아들 책장에 아버지의 편지라는 책이 있는데 읽어봐야겠다) 집터를 가꾸고 원포를 가꾸는 일에도 진심을 다했다. 그의 일생이 그의 제자 황상이 전심을 다해 스승 다산을 섬기는 시간이 책을 읽는 순간 나의 삶의 일부처럼 느껴지며 마음이 서글펐다.
스승과 제자 참으로 어려운 관계인 듯 하다. 인생의 깊은 울림을 주는 만남이라 한들 인생에서 적절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애틋해 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의 인연은 이처럼 애틋하면서 슬프다. 그러나 스승이 영결하기 전에 찾아뵌 제자 그리고 고향으로 내려오다 스승의 죽음을 전해듣고 통곡하며 다시 올라가 같이 상을 치룬 이야기를 보며 각자의 삶에서 최선의 연을 맺었다는 생각이 들어 부럽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스승의 아들과의 만남이 그토록 아름답게 이어져 가는 것을 보니 내 삶에서도 만남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진심을 다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