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위에서 황상은 스승이 주신 보퉁이를 끌어안고 울었다. 삼근계를 받던 1802년 10월 17일의 풍경이 떠올라서 울고, 학질에 걸려 덜덜 떨며 공부할 때 「학질 끊는 노래」를 지어주며 힘을 실어주던 그 정다운 목소리가 생각나서 울었다. 신혼의 단꿈에 빠졌을 때 혼이 다 나갈 만큼 야단치시던 그 편지가 생각나서 울고, 아버지의 장례 때 다시는 안 보겠다며 서슬 파랗게 진노하던 그 사랑이 그리워서 울었다. 살아서는 네 편지를 다시는 받아보지 못하겠구나 하는 스승의 편지를 진작 받고도 7년 넘게 미적거린 자신의 미욱함이 미워서 울고, 그 아픈 중에 제자를 위해 삐뚤빼뚤하게 규장전운이란 글자를 쓰던 그 마음이 고마워서 또 울었다.
*다산과의 마지막 만남 후 귀향하는 황상의 회한이 느껴졌다
거의 평생을 모셨던 스승의 큰 마음을 온전히 느끼는 그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