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동시에 나는 다니던 잡지사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두고, 날품팔이 집필노동자의 길로 들어섰다. 고대신문사 선배가 <월간경향>에 한 달에 한 편씩 장편 르포를 실을 수 있도록 주선해주었다. 남편이 된 엄주웅은 결혼 7개월 만에 폭탄선언을 감행했다. 출판사 일은 접고 왕년의 동지들과 인천 지역에 노동문제연구소를 만들어서 일하겠노라고. 대학생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소망했던 전태일을 이야기하면서, 노동자들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는 그를 차마 말릴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