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잡히는 것, 입으로 삼키는 것만 실이라 한다면, 또 그것에 힘 쏟는 것만을 무실이라 한다면, 농사짓는 농부만 성인이 될 수가 있다.
책 읽고 시 쓰는 모든 공부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헛공부란 말인가? 무슨 그런 말이 있는가? 다산은 무실선생에게 계속해서 따져 묻는다.
"그대는 단지 향기를 뿜는 꽃의 화려함만 보고 마는구려. 내가 진정으로 국화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 꽃의 화려함을 취하려 함이 아니라오. 옛날 주자가 육구연과 아호에서 의와 리의 갈림을 놓고 일대 논전을 펼쳤던 일을 그대는 기억하는가?
세상에서 허와 실이 뒤바뀌고 의와 리가 뒤집혀 혼동되던 것이 이 한 차례의 통쾌한 논전을 통해 정리되지 않았소? 그런데도 그대는 입으로 들어가는 실만을 따지고 있구려. 참으로 안타깝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