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부모님의 과도한 교육열과 압박감, 학원에서의 왕따 경험으로 인한 우울 속에, 학교에서 실시한 심리검사에서 자살 고위험군으로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4번의 심리검사 끝에 결국 교육청에서 부모님과 함께 상담을 받으라는 공고가 내려왔지만 제가 거절했었습니다. (결국, 학교로 찾아오셨지만요.) 그때는 지금보다 상담에 관해 민감하게 반응하던 때였으니까요. 저는 특목고를 준비 중이었기에 설거지하시던 어머니 뒤에서 ‘공부 스트레스로 인한 결과’라고 괜찮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걱정하실 것 같았고, 착하고 어른스러운 딸로 자라고 싶어서였지요. 어머니는 '고등학교 입시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알아서 잘 체크하라'는 말을 제게 해주셨습니다. 다른 말씀은 없으셨지요. 지금 와서 보니, 한국식 나이지만 모모와 같은 나이에 겪은 일이네요. 저는 그날, 부서질까 두려워 기대지 못했던 어머니라는 버팀목 앞에서 ‘이제 내 어린 시절은 완전히 끝장났구나’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