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신경안정제는 어른이인 자신만 복용하는 양심적인 로자. 초인종 벨 소리에 독일군의 환상을 느끼고 지하실 피난처도 도망가는 95 kg의 거구의 여성. 그녀는 무엇이 무서운 걸까?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p 69) 진실한 이 말을 모모는 잊을 수 없다.
"자식을 버리는 엄마들은 세상에서 제일 나쁜 인간이다. 로자 아줌마는 동물 세계의 법이 인간 세상의 법보다 낫다고 말하곤 했다..
동물에게는 자연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라나. 특히 암사자의 세계가 그러하단다."(p 73)
"아줌마는 몸 파는 여자들이 자식을 키우려면 어려움이 무척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도덕한 짓을 한다는 이유로 자기 아이조차 키울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줌마는 창녀들이 낳은 아이들을 맡아주는 일을 시작했다. 우리끼리 이런 집을 '은밀한 집'이라고 부른다."(p 77)
"아줌마는 날이 갈수록 숨을 쌕쌕거렸고, 덕분에 나도 천식에 걸렸다. 카츠 선생님은 심리적인 것보다 더 전염성이 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심리적 전염이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매일 아침, 나는 로자 아줌마가 눈을 뜨는 것을 보면 행복했다. 나는 밤이 무서웠고, 아줌마 없이 혼자 살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나 겁이 났다."(p 83)
모모의 가장 좋은 친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을 해 입힌 우산, 아르튀르였다. 그는 아르튀르를 치장시켜 거리의 어릿광대가 되었다. 로자의 건강상태가 나빠지자 로자에게 아이를 맡기는 창녀가 줄어들고 모모에게 들어오던 송금이 뚝 끊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로자는 그것을 뚜쟁이 짓이라며 질투심 소동을 일으켰다.
"암만 생각해도 이상한 건, 인간 안에 붙박이장처럼 눈물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원래 울게 돼 있는 것이다. 인간을 만드신 분은 체면 같은 게 없음이 분명하다."(p 91)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하밀 할아버지는 위대한 분이었다. 다만, 주변 상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p 93)
"나는 마약에 대해서는 침을 뱉어주고 싶을 정도로 경멸한다. 마약 주사를 맞은 녀석들은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행복이란 놈은 요물이며 고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하밀 할아버지는 내가 표현할 수 없는 것, 바로 그것을 찾아야 하고, 설명할 수 없는 것, 바로 거기에 그것이 있다고 말했다."(p 99~100)
어느 날, 백화점 서커스 모형 진열장을 바라보며 모모는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그 행복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나는 너무 행복해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손 닿는 곳에 있을 때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p 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