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p 13)
유태인과 아랍인, 흑인들이 살고 있는 벨빌. 그곳에 아랍인 모모는 예닐곱 아이들과 폴란드 유태인 로자 아줌마네 집에 살고 있었다.
"누군가 나를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나는 로자 아줌마가 그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돌봐주는 줄로만 알았고, 또 우리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밤이 새도록 울고 또 울었다. 그것은 내 생애 최초의 커다란 슬픔이었다."(p 10)
그런 나에게 로자 아줌마는 가족이란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엄마가 나를 보러 오게 하기 위해 복통과 발작을 흉내 내고, 복도에 똥까지 싸 보지만, 빈민구제소에 보내겠다는 엄포만이 돌아왔다. 어느 날 식료품점에서 달걀을 훔쳤을 때 주인 여자의 따뜻한 뽀뽀는 작은 희망을 안겨주었다.
모모를 소중한 존재라 생각해 주는 로자 아줌마와 양탄자 행상을 하는 하밀 할아버지는 좋은 어른이었다. 의사인 카츠 선생님의 따뜻한 친절 덕분에 모모는 위로를 얻었다. 내부에 넘칠 듯 쌓여있던 무언가를 푸들 쉬페르에게 쏟아부었던 모모가 어느 날 낯선 부인에게 500프랑을 받고 쉬페르를 팔아 버린 뒤 돈을 하수구에 버렸다. 개를 사랑할수록 감정적 비중이 커지고, 그러므로 멋진 삶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다. 놀란 로자 아줌마가 이것이 발작인가 싶어 카츠 선생님께 데려갔지만, 현명한 카츠 선생은 <오를레앙의 헛소문> 이 될 수 있다며 그녀에베 기우라 말했다.
"그렇다면, 벌써 좋아지고 있군요. 아이가 울고 있잖아요. 정상적인 아이가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아이를 데려오길 잘 하셨어요, 로자 부인. 부인을 위해서 신경안정제를 처방해 드리죠. 별건 아니지만 부인의 불안증을 없애줄 겁니다."(p 35)
확실한 권력이 있어 보이는 경찰이 되는 것이 꿈인 아이, 합법적 출생증명서도 없는 아이. 모모는 로자에게 그의 실존을 묻지만, 로자는 매우 난처해한다.
"그녀는 매우 난처해하면서 나중에 내가 더 크고 힘이 세지면 설명해 주겠다고 했다. 아직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나에게 충격을 주고 싶지 않다고, 어린아이들에게서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것이 바로 감수성이라고 했다."(p 44)
엄마가 어디 있으며 왜 나를 보러 오지 않는지 물을 때마다 로자는 슬퍼하며 울음을 터뜨렸고, 은혜를 모르는 녀석이라 말했다. 하밀 할아버지는 말했다. 비밀을 지켜달라 부탁하는 여자들이 있다고.
"너를 낳아준 사람이 있다는 유일한 증거는 너 자신뿐이란다."(p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