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손에 쥐고 장안의 미희를 옆에 낀 채 호기를 부린다. 거칠 것이 없고 안 되는 일이 없다. 하지만 이 화끈한 열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꼭 중간에 꺾이고 끝이 안 좋다. 그때 가서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청복은 욕심을 지우고 마음을 닦아 맑게 살다 가는 삶이다. 바깥으로 향하는 마음을 거두고, 자연 속에서 내면을 응시한다. 마음 맞는 사람과 소박하게 왕래하며 자연의 질서에 순응한다. 참으로 복된 삶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화끈한 열복만 찾는다. 목숨을 걸고 이 길을 향해 달려간다. 덤덤한 청복은 무슨 재앙처럼 여긴다. 그런데 제자 황상이 열복의 삶이 아닌 청복의 삶에 자꾸 마음이 끌린다며 구체적인 세목을 적어달라고 하자, 다산은 마음이 한껏 기뻤다._p286]
[따순 바람 못을 지나 머리카락 불어가니
지팡이 놓고 못가 앉아 홀로 늑장 부린다.
새소리 매끄러워 껄끄러운 구석 없고
연둣빛 단풍잎은 붉을 때보다 낫다._p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