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에 탐닉하고,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보고, 미래를 구상할 시간은 없었다. 욕실에서 비브가 그녀를 부르고 있었고, 벤이 그녀의 목을 사랑스럽게 움켜잡고 있었다(벤의 손톱을 깎아주어야 한다고 벌써 며칠째 벼르고 있지만 손톱깎이를 들고 다가갈 때마다 벤은 너무나도 맹렬하게 손톱을 감추었다). 혼자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상상 속의 발걸음소리가 들리건 들리지 않건 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다른 엄마들도 다 이런가. 늘 이렇게 살짝 겁에 질려 있을까. 다른 엄마들은 그렇지 않고 자신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일까봐 걱정이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다는 건 정말이지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 매초 도사리고 있는 부상의 가능성, 그 아찔함을 선명하게 의식하며 매 순간을 보낸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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