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펐다. 나는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나는 철학자다. 카츠 선생님의 뒤쪽 벽난로 위에는 새햐얀 돛이 여럿 달린 돛배가 한 척 놓여 있었다. 나는 불행했기 때문에 다른 곳, 아주 먼 곳, 그래서 나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가버리고 싶었다. 나는 그 배를 허공에 띄워 몸을 싣고는 대양으로 나아갔다. 내 생각엔, 바로 그 때, 카츠 선생님의 돛배에 올라탄 그 때, 나는 난생 처음 먼 곳으로 떠날 수 있었다. 그 때 그 순간, 비로소 나는 어린아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