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들! 거기 앉게. 날 위하는 말인 줄이야 왜 모르겠나만, 그런 말은 나를 알아주는 것이 아닐세. 내 스승이신 다산 선생님께서는 이곳 강진에 귀양 오셔서 스무 해를 계셨네. 그 긴 세월에 날마다 저술에만 몰두하시느라, 바닥에 닿은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지. 열다섯 살 난 내게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삼근(三勤)의 가르침을 내리시면서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네.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를 얻었느니라. 너도 이렇게 하거라."
몸으로 가르치시고, 말씀으로 이르시던 그 가르침이 6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어제 일처럼 눈에 또렷하고 귓가에 쟁쟁하다네. 관 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이 지성스럽고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는가?
공부를하지 않는다면 그날로 나는 죽은 목숨일세. 자네들 다시는 그런 말 말게.
삐죽대던 입들이 쑥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