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을 처음 선택한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훌훌'....제목이 주는 의미와 어감이 나도 모르게 끌렸던 것 같다. 그리고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읽어보고 아들과 같이 읽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도 작용했었다. 책도 훌훌 넘어가고 술술 읽혔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난 후 나의 마음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았었다.
본 책의 주인공은 입양아이다. 입양을 한 엄마는 3년 남짓 같이 살다가 집을 나갔고 할아버지와 주인공이 같이 살고 있었다. 주인공은 가족의 애메한 경계에 대해 꽤나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지금 이 가족을 떠나 살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을 입양한 엄마의 죽음을 할아버지를 통해 듣게 되고 엄마의 또 다른 아이인 연우를 데려와 같이 살게 된다.
가족이란 형태는 때로는 정형화 되어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부부란 형태도 남이 만나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게 되는 것이고 가족의 일반적인 틀 안에서도 매우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는 경우들이 오히려 더 흔한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변수가 다름이 아닌 옳고 그름의 잣대로 평가되는 것이 소위 가족 중심의 사회라고 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유난히 흔히 이루어지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나는 주인공을 응원한다. 주인공이 씩씩한 모습도 좋고 그 가족의 형태에 억눌려 숨만 쉬고 살아가는 것보다는 자신이 무언가를 해내고자 하는 의지도 응원한다. 그러나 왜 나는 주인공의 엄마였던 그녀에 대해 눈을 떼지 못하는 걸까....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의 가족을 잃고, 그렇게 된 사고의 가해자의 딸을 입양하여 자신의 아픔이 치유될 것이라 믿었던 서정희씨가 안쓰러웠다. 물론 그녀가 한 행동들에 대하여 절대로 편을 들지도 않고 들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러나 그녀의 그 선택....이 자신을 아프게 하고 주인공을 아프게 하고 재혼하여 낳은 아이를 아프게 한 그녀의 선택이 나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결과를 놓고 볼 때 결국 주인공을 입양하고 나서 몇년도 못 살고 말거면 왜 주인공을 입양했느냐고 하는 원망도 있지만 마음이 그렇게 들쭉날쭉하게 된 것에 대해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이해가 갈 법도 하여 더 마음이 아파왔다.
(개인적으로 만약에라는 가정법은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특히 그렇다 할지라도 가정법적인 상상이 현실을 없던 일로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매일 주인공과 함께 밥을 먹으며 살아왔다면 어떠했을까...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도 주인공과 함께 지내기로 결정했다면 어떠했을까.... 주인공 말 대로 복잡한 가정사를 지녔으나 자신을 붙들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오히려 남아 있던 가족들도 여러가지 사건 속에 서로 갈등을 빚기도 하고 후회도 하고 하지만 그 자리에 남아 있어 견고한 가족이 되는 과정이 너무나 대견하고 감동적이었다. 때로는 내 가족도 남보다 못할 때가 있지만 같은 시간과 공간을 겪어가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처럼.....훌훌 떠나고 싶던 나의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아 본다.